회사측과 조합 집행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다!지금 KBS에 노동조합이 있기는 있는가? 탄핵국면 이후 8대 집행부는 조합원을 대표하는 집행부라기 보다는 자신들을 위해 노동조합을 이용하는 듯한 집행부로 전락하였다. 문제의 뿌리인 8대 집행부의 부도덕성은, 위원장 부위원장의 도덕적 패착에 원인이 있지만 이면에는 회사의 이중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바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창사기념품 선정과정에서 드러난 회사 고위층의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는 많은 조합원들을 실망시켰다. 사측 역시 일련의 과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인식으로 인해 형식적으로나마 한 동안 조합원들이 등을 돌린 현 조합 집행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한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최근 사측은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현 집행부와 교섭을 재개하였다. 물론 조합집행부가 조합원의 신뢰를 받으며 정통성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면 임,단협이나 학자금 문제등 산적한 현안들에 대한 협상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임금협상과 단체협약, 학자금, 공방위 등 각종 현안은 조합원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들이고, 조합원 모두의 총의를 모아 조합 자체의 협상전략을 갖고 사측과 투쟁을 통해 얻어내야 할 중요한 안건들이다. 집행부만의 독단이나 개별 행동으로 사측과의 주고받기 야합으로 처리하거나 혹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상실한 집행부가 사측의 밀어붙이기에 굴복해서 적당히 타협해주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사안들인 것이다.
그런데 협상불가를 외치던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안고 합의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갑자기 사측이 태도를 바꿔 법적 도덕적 정통성에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는 8대 집행부와 협상에 나서게 된 절박한 사정을 무엇인가? 항간의 소문처럼 고위 간부의 개인 비리와 친인척 사업과 관련된 약점때문인가? 아니면 노동조합 집행부의 약점을 등에 업고 사측에게 유리한 협상안을 밀어 부치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인가? 사측은 8대집행부가 사측을 고소고발하고 7월 3일 박권상사장 퇴진운동을 선언하자 현 집행부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하면서, "그간의 노조행태와 박사장 퇴진선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에는 노사협의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이후 노, 사간 아무런 사과나 입장의 변화가 없던 상황 속에서, 박사장과 이용택위원장이 독대를 했다는 말이 들리더니 며칠 전 사측이 노사협의회에 응하고, 7월25일 인사제도특위에서는 합의서까지 발표하였다. 이 같은 급작스런 태도 돌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많은 조합원들은 정상적인 노사관계로의 복귀가 아닌 노, 사간 암묵적인 거래나 양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은 제외하더라도 현 집행부가 협상의 대표자격이 없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용택 강철구의 제명을 떠나서 KBS본부노동조합의 협상권은 전국언론노동조합에 있는 것이다. 이는 사측도 법률자문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 조합원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현 집행부와 사측의 협상재개에 대한 의혹은 당연한 것이다.
또한 노정추는 성명을 통해, 8대 집행부에 "조속한 대의원대회촉구 요구와 대의원대회 결과에 노정추도 승복할 것임" 과 "조속한 시일내 대의원대회를 열지 않을 때는 8대 집행부 탄핵작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현 집행부는 거부의사를 표시하였다. 조합원을 무서워하고 피하는 집행부가 하는 협상이 어떤 정당성을 갖겠는가.
KBS노정추는 그 동안 도덕성 상실로 파생된 문제들이 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 노동조합 내부에도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가능한 한 사측의 기회주의적 태도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정통성과 대표성을 상실한 8대 집행부와 협상을 재개한 사측의 태도는 어떤 이유에서건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또한 이러한 몰이성적이고 탈법적 협상을 통해 발생할 모든 문제에 대해 두 당사자는 법적,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하는 바이다.
2001년 7월 30일
KBS(본부)노동조합 정상화 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