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동조합은 가해자 비호와 '음모론' 유포를 즉시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양심으로 성폭력 사건 해결의 주체로 나서라!

- KBS 노동조합의 입장글에 대한 100인위원회의 반박문 -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이하 <100인위>)는 지난 2월 19일 KBS노동조합 강철구 부위원장의 성폭력 사실을 공개하고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오랜 기간동안 고통받아왔던 피해자들은 '더 이상의 성폭력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미 작년 10월경 노동조합 내에서 힘겹게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사건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온갖 악소문과 음해가 횡행하고 가해자는 뻔뻔스럽게도 가해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작태를 보임에 따라, 사건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들의 고통을 드러내고 성폭력 사건의 사회적 공론화와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다시금 이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수많은 악조건을 감수한 이러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KBS노동조합은 지난 2월 27일 '음모론'과 '조직보위론' 등의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내용을 실은 입장("성추행의혹 재론에 대한 조합의 입장", 이후 <입장글>)을 발표하였다. 우리는 피해자들의 피눈물 어린 호소를 묵살하고 노골적으로 가해자를 비호하는 KBS노조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지금이라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올바른 사건 해결의 주체로 나설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


KBS노동조합은 가해자를 비호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KBS노동조합은 가해자가 제시한 모종의 알리바이에만 근거하여 성폭력 사건 자체를 부인하려 하고 있다. 정확한 날짜가 아니라는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몇 년이나 지난 사건의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또한 대부분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 증인과 증거가 부재한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다. 다른 많은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들과 마찬가지로, 강철구 또한 이러한 특수성을 악용하여 피해자들의 진술을 모두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은 그 사건이 올바르게 해결되지 않는 한 피해자들에게는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사건이며,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성폭력 사건 자체가 부정될 수는 없다.
또한 사건이 일어난 시기가 5-6년 전 임을 감안할 때 일자를 정확하게 기억하기힘들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 1의 경우와는 달리, 피해자 2의 경우 사건이 일어난 날짜도 명확하고 그 자리를 나와 바로 이야기했던 증인까지 있다. KBS노조는 이렇듯 피해자 2에 대한 가해사실을 명백하게 부정할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피해자 2의 주장은 본인이 아니고서는 그 어떤 것도 반증할 수 없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면서 피해자에게 입증의 책임을 떠넘기는 파렴치한 짓마저 서슴없이 해대고 있다. 우리는 KBS노조에서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를 진행할 당시 강철구 부위원장이 왜 진작에 그러한 알리바이를 공개하여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았는지도 궁금하다. 이러한 행태는, 자신의 권력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무마시켜 마치 없었던 일인 양 덮고 넘어가려 하다가 그것이 불가능해지면 새로운 알리바이를 들이대며 사건을 장기화하여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수 많은 가해자들의 행태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강철구 부위원장이 주장한 대로 라면 피해자1과 강철구 본인은 성폭력이 일어났던 날 만난 적도 없었다고 항변하는데, 어떤 피해자가 있지도 않은 사실을 그렇게 치밀하고 고통스럽게 기억하고 있겠는가? 그리고 사건이 명백하게 구성되고 증인까지 있는 피해자 2에 대해서는 또 뭐라고 둘러댈 것인가?
우리는 날짜상의 오차를 트집잡아 피해자들의 피해사실마저 전면 부인하려고 하는 강철구 부위원장과 KBS노조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사적인 공간에서 둘만이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빌미로 삼아 사건 자체가 부인될 수 있는 양 본질을 흐리고, 진실 앞에 철저히 눈감은 가해자를 노골적으로 비호하는 비상식적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운동사회 성폭력의 정해진 수순? : KBS노동조합은 '음모론'과 '배후설' 유포를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지난 2월 19일 발표문을 통해, 강철구 부위원장의 성폭력 사건이 이미 7대 전(前) 집행부에서의 진상조사과정을 거쳤음을 밝혔다. 또한 7대 집행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성폭력 사건뿐만 아니라 그들이 주장하는 바로 그 '배후설' 과 '음모설'에 대해서까지 조사를 벌였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KBS노조와 가해자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배후설'에 대해 진상조사위에서 어떻게 조사를 했는지 밝힌다면 '음모설' '배후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 진상조사자료는 전 집행부가 현 집행부로 넘겨 조합이 보관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KBS노조는 아무런 근거 없이 '거짓'이니 '음모'니 하는 말만 늘어놓으면서 피해자들의 증언을 깡그리 거짓으로 몰아가는 작태를 즉각 중단하고,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피해자들은 '성폭력 가해자'가 노조 부위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자신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최소한의 권리 회복과 또 다른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도대체 '배후'와 '음모'를 통해 피해자들이 얻을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나라 노동조합 상황에 '노동조합의 간사'가 '배후'와 '음모'를 통해 조합의 선거를 좌지우지 할 정도의 힘이 있다는 소리는 난생 처음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줄기차게 '음모론'을 들먹이는 KBS노조와 가해자의 주장은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다.
우리는 조직 내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 할 때마다 "음모론"을 들먹이는 행태를 이미 여러 번 목격해 왔다. 성폭력 사건을 노조 내 분파 싸움으로 매도하는 것은 수많은 운동사회 성폭력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전형적이고도 뻔한 수법에 불과하며,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침묵시키는 '음모론'으로 인해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더 큰 상처를 입고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 또한 역사가 증명한다. KBS노조의 <입장글>은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등장하는 '음모론'을 재차 자신들의 입장으로 채택함으로써, 성폭력을 묵인·방조·조장해온 가해자적 시각에서 한 치도 자유롭지 못함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우리는 엄중히 경고한다. KBS노동조합은 있지도 않은 '배후설'과 '음모론' 유포를 즉각 중단하라!


'법적인 판단'에 의한 실체 규명? : 법적인 판단에 대한 왜곡 선전을 하지 말라!


지난 2월 26일, 가해자는 피해자들과 <100인위>, 그리고 사건 공개 이후 이를 최초로 보도한 동아닷컴 명예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였다. 그리고 KBS노조는 이 고소에 "KBS노동조합의 의지가 실려있다"고 말함으로써 이미 가해자의 편에 서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는 현재 확보하고 있는 여러 증거 및 증언들을 취합하여 제 사회단체들 및 양심 있는 변호사들과 함께 이 소송을 준비하여 우리의 정당성과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을 보여주고야 말 것이다. 그러나 명예훼손에 대한 소송이 마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법적인 판단인 양 왜곡하여 선전하는 가해자 및 KBS노조의 작태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가해자는 지난 2000년 10월에 피해자들이 노조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법적으로 규명'하겠다고 큰소리 쳐왔지만, 그 실상은 피해자들을 '명예훼손과 협박죄'로 고소한 후 이를 자신의 선거 출마를 정당화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악용하는 것에 불과했다. 또한 7대 집행부는 진상조사자료에 기초하여 184차 회의에서 '징계'를 결정함으로써 이 사건을 인정하였고, 징계의 '수위'를 결정하는 185차 회의에서 '경고'를 내렸다. 그러나 8대 집행부는 184차 회의의 징계 결정까지의 과정과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185차 회의의 결과만을 반복하여 읊어대고 있다. 가해자와 KBS노조의 이 같은 비상식적이고 저열한 태도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시도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KBS노조와 가
해자는 명예훼손에 대한 소송을 마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판인양 떠들며 다른 이들의 판단을 흐리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


KBS노조의 <입장글>은 가해자가 온갖 속임수와 협박을 통해 얻어낸 '선거 출마용인'을 "5천 조합원의 이성적 판단"이라고 포장하는 아전인수의 극치를 보여주었으며, 무수한 사실 왜곡과 노골적인 가해자 비호를 '진보'의 이름 하에 행하는 등 그 파렴치함과 비열함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기본적인 인권이자 생존권의 문제인 '성폭력 사건'이 '진보'의 이름으로 은폐되고 '노조'의 권력으로 무마되어 온 현실을 지긋지긋하게 보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기나긴 고통을 딛고 용기 있게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들과 함께 이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01년 3월 13일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