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시각 2001년03월20일20시51분 KST
한겨레/사회/투데이포커스
[방송] 도덕성 시비 휘말린 '한국방송 노조'
부원장 성폭력 파문이어
위원장은 창립기념품 선정 회사와 '거래'의혹
직원들 ¨자진사퇴¨촉구 나서
한국방송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처음엔 작았던 일이 점점 수습 못할 정도로 커지면서, 노동조합 집행부가
비틀거리고, 경영진은 노조와의 `거래'의혹을 받으면서 함께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노조 정·부위원장 도덕성 시비=새로 구성된 노조의 위원장과 부위원장 모두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다. 강 아무개 노조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지난해말 집행부 선거출마때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등장해 당시 노조에서 `진상조사위원회'까지 꾸려진 바 있다. 강 후보는 사실무근임을 주장한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까지 걸었다가 뒤늦게 취소했었다. 선거가 끝난뒤 보고서 공개를 놓고 격론을 벌인끝에 내부 회람뒤 수십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폐기하면서 소동은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입소문으로 퍼진끝에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가 지난달 19일 인터넷상에 실명을 거론하며 “과거 가까이 지내던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글을 띄우면서 다시 파란이 일기 시작했고, 새로운 피해자가 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와관련 한국방송 여성협회는 “강 부위원장은 자신의 행동이 자신은 물론 한국방송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노조원들과 노조 조직 전체에 크나큰 누를 끼쳤음을 자각하고 한국방송을 떠나라”는 성명까지 냈다. 이에 대해 강 부위원장은 이 문제를 공개한 100인 위원회와 위원회의 글을 올리면서 실명을 거론한 동아닷컴 명예기자,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두 여성을 상대로 서울 남부지검에 진상조사 차원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전혀 사실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설상가상인 것은 노조 위원장 마저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한국방송이 공사 창립 기념품으로 `컨퍼런스폰'이란 고가의 다기능 전화기를 선정하자, 내부 게시판인 코비스에는 서버가 다운 될 정도의 비아냥 거리는 글들로 메워지기 시작했다. 전화기 없는 사람도 없는데, 5만원의 세금을 부담하면서 화상회의가 가능한 컨퍼런스폰을 받아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직원들 사이에 컨퍼런스폰 수령거부 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노조위원장이 회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위원장이 대전에서 열린 지역발전협의회와 중앙위원 간담회에서 “솔직히 친구회사 물건이 선정되도록 사쪽에 부탁했다”는 것을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의 노조와 거래의혹=한국방송의 한 직원이 사내전용 인터넷게시판에 `창립기념품 사건 전모'라는 글을 띄워 “지난달 2일 열린 창립기념품
선정위원회에서 디브이디플레이어와 컨퍼런스폰의 복수 품목을 선정했는데
노조 위원장의 부탁을 받은 김 아무개 부사장이 관련 국장을 불러 컨퍼런스폰 단일 품목으로 선정하도록 했다”며 “당시 김 부사장은 관련 국장에게
`노사간에 학자금·월차·편성규약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은데 이런 문제로 떠들어야겠냐'고 까지 이야기해 노조로부터 비정상적인 양보와 협조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불공정한 물품 선정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해 한국방송의 한 간부는 “김 부사장과 경영본부장은 이 사태로 사표까지 제출했으나 즉각 반려됐다”고 말했다.
회사는 그뒤 이 글을 띄운 직원에 대한 징계까지 검토했으나 한 간부가
“징계할 경우 사실임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말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컨퍼런스폰 제조사와의 계약 위반시 위약금 부담때문에 부장 이상 간부들을 비롯해 직원의 절반 가량에게 컨퍼런스폰을 지급하고 있는 상태다.
사태가 이렇게 확대되자, 한국방송 직원들은 노조에 대한 불신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있으며, 중앙위원과 대의원들이 연명해 노조 정·부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피디들은 노조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피디모임을 활성화하기로 하고 연일 총회를 여는 등 한국방송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봉합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애 기자pgar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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