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노동조합 내 처리과정에서의 문제


* 사건을 조합 내에서 공개하게 된 배경

피해자들은 강간미수 및 성추행 사건 당시, 과거 친하게 지내왔고 신뢰하고 있던 자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충격과 분노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정신적·물질적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가해자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활보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주변인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는 상황 속에서, 충격과 혼란을 추스리고 즉각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웠다. 피해자들은 강철구가 당시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고 노조 전임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없다고 생각하여 위안을 삼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보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후 우연한 경로로 자신 이외의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음을 알게 됨에 따라, 자신들이 당했던 일이 단지 강철구의 취기로 인한 '실수'가 아니며 고의성이 분명한 극악한 상습범임을 알고 더욱 분노하였다.
2000년 10월 중순, 피해자들은 강철구가 KBS 노조 8대 위원장선거에 부위원장으로 출마할 예정임을 알게 되었으며, 만약 당선될 경우 가해자와 함께 일하게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인해 커다란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않고 침묵할 경우 얼마든지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고, 성추행 가해자가 노동조합의 부위원장으로 일한다는 것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껴 노동조합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였다.
피해자들은 10월 30일 열린 상임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사건의 내용을 진술하고 강철구의 부위원장직 출마를 용납할 수 없으며 조합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강철구는 가해사실을 전면 부인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배후가 의심스럽다'는 등 악의적 음해를 서슴지 않았다.


* 사건을 조직에 알린 후 가해자와 주변의 반응

피해자들이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사건을 공개한 후 이 사건이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자, 주위에서는 '중재자' 임을 자임하고 나서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을 조용히 덮을 것을 종용하였다. 11월초 피해자를 찾아온 한 간부는 자신은 중립입장이라고 하며 '이 건에 대해서 신중히 생각해서 접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 '나라면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안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피해자들을 위축시켰다. 또한 피해자들이 가해자와 함께 출마할 노조위원장 후보를 만나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위원장 후보를 바꿔줄 것을 호소하였으나, 위원장 후보는 '(강철구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겠다'며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묵살하였다. 이 외에도 피해자들은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는 움직임은 고사하고 선거를 이용한 각종 배후설과 음모설마저 팽배해 있는 조직 내 분위기로 인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으며, 심지어 가해자는 사실을 날조하여 피해자 2인을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고소한 후 자신의 선거 출마를 용인 받기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까지 하였다.


* 피해자들을 압박하여 소위 '합의문'을 받아내 가해자의 선거 출마를 정당화시킴

피해자들은 사건을 공개할 당시 강철구의 부위원장직 출마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최소한의 사과라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가해사실이 전면 부정되고 선거기간 중 배후설과 음모설 등으로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 죄도 없이 가해자로부터 고소까지 당하는 등 가해자 및 가해자 동조세력으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었다. KBS노동조합에서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기 바로 직전인 11월 7일 밤 11시경, 강철구(가해자), 000(기자협회 회장), 000(위원장 후보)은 연일 계속되는 회유와 협박으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있던 피해자들을 집 근처까지 찾아가 억지로 불러냈다. 이 자리에서 기자협회장은 '좋은게 좋은거 아니냐, 한번만 용서해 줘라, 선물주는 셈 쳐라' 는 등의 발언을 하였고, 가해자인 강철구는 끝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위원장 후보를 봐서 도와달라, 문제가 있다면 선거가 끝난 후에 다시 개인적으로 이야기하자'고 하였으며, 위원장 후보는 '모두 내 잘못이다. 한번만 도와달라'는 등의 말로 피해자들을 압박하였다. 결국 새벽 3시경까지 계속되는 회유에 지친 피해자들은, 선거 이후 다시 사건해결을 위해 싸우자는 생각으로 '이 사건이 선거에 악용되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을 해 주었다. 그러나 반 강제로 써주다시피 한 합의서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들이 잘못을 시인했다'는 등의 악의적인 소문에 다시 시달리게 되었으며, 합의서를 받자마자 고소를 취하해 주겠다던 가해자는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후에야 선심 쓰듯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밝혀졌다.


* 진상조사위가 꾸려져 사건을 조사하는 와중에 강철구가 부위원장에 당선됨

당시 노조는 11월 9일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강철구 조합원 성추행 의혹과 명예훼손 고소에 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기로 결정하였고, 피해자들은 조직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갖고 조사에 협조하였다. 진상조사위는 11월 10일에서 12월 10일까지 활동했고, 12월 12일 중앙위원회에 최종 보고를 하였다. 진상조사위는 피해자와 피해자 주변인물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그간 떠돌던 배후설과 음모설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를 하였다.
그러나 위의 명칭에서도 보여지듯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해결을 위한 첫걸음으로 구성되어야 할 진상조사위에서 가해자측 주장인 명예훼손 건과 배후설 등까지 조사한 것은,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노동조합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게다가, 진상조사위의 조사가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선거가 치뤄졌고, 11월 30일 강철구는 부위원장직에 최종 당선되었다.


* 선거이후 7대 중앙위원회는 '경고'라는 결정을 내림

강철구 당선 이후 12월 12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는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1안)정권 6개월 및 부위원장 자진사퇴 권고"와 "2안)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경고", 두개의 안을 투표에 부쳐 "2안)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경고"로 징계내용을 결정하였다. 조합원 징계운영세칙에 의하면 경고라 함은 '조합에 대한 위해 행위가 정권의 사유에 이르지 아니하나 객관적으로 그 위해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그 행위에 대한 시말서 제출을 명하여 주의를 촉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건의 최종 처리는 '조합의 명예실추와 관련된 조치 및 결과보고'라는 이름으로 조합원들에게 '경고'라는 결정사항만이 공지되었을 뿐이었고, 진상조사위에서 작성한 진상조사 자료는 중앙위 내의 결의에 의해 비공개로 처리하고 피해자들에게 마저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노조는 강간미수 및 성추행 등 명백한 성폭력 사건을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경고"로 처리하고 일체의 조사내용을 비밀에 부침으로써, 조직을 믿고 오랜 시간동안 고통을 참고 기다렸던 피해자들의 피나는 노력을 모두 무위로 돌려버렸다.

그러나, 강철구는 당시에 "경고"조치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 징계를 거부하였으며 지금까지도 가해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노조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랬던 기대가 산산조각이 나고 마치 없었던 일인 양 사건이 흐지부지 되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가해자는 더욱 큰소리 치며 아무런 가책도 없이 부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자주 토하며 장염과 고열로 시달리며 병원에 다니는 등 정신적·물질적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