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4/10일자

<취재수첩>법정 간 `성폭력실명공개`


유숙렬 기자/slyu@munhwa.co.kr


지난해 연말부터 시민운동, 노동운동내 성희롱, 성폭력 혐의자들의 실명을 공개해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이하 100인위)가 피의자의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진보단체 젊은 여성활동가들의 개인 네트워크 조직인 ‘100인위’는 지난 해 12월11일과 올 2월19일 두차례에 걸쳐 진보넷(www.jinbo.net)에 총 17건의 진보진영내 성폭력사건을 공개했다. 문제는 이 자료에 가해 혐의자의 실명과 함께 피해 여성들의 진술만 실려 있는데서 발생했다. 피해자와 가해혐의자의 주장이 서로 상반되기 일쑤인 성폭력 사건에서 실명이 공개된 가해혐의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진 것.

지난 2월 실명이 공개된 KBS노조간부가 최근 성폭력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피해자들과 ‘100인위’, 이를 보도한 동아닷컴, 기자협회보, 미디어오늘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이들의 실명공개 논란이 법정으로 비화된 것이다. ‘100인위’ 공동변호인단의 하승수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00인위의 실명공개는 법률적으로 명예훼손이라기 보다는 피해여성들의 ‘자구적 노력’을 지원해준 정당행위”로 “공익적 동기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에 이 사건은 조직내에서 피해여성들에 의해 문제가 제기됐고 진상조사위원회가 열려 징계결정(경고)까지 났으나 이후 가해혐의자가 노조 부위원장에 당선됨으로써 노·노대결구도에다 남녀 대결구도까지 겹치는 복잡한 양상으로 비화했다. 이 사건을 우리 사회의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자기점검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유숙렬 생활건강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