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공개는 피해여성의 최후수단”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 실명공개 성과 및 과제
“운동사회 이중구조 남성중심적 관행에 일침”
성폭력 공론화 성과… 관련특별법 개정 시급
▶ 지난 9일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가 KBS노조 강철구 부위원장의 성폭력 사건 전면부인과 명예훼손 고소에 대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일관된 대응의지를 밝혔다.
“우리는 운동사회라는 특수한 문화와 환경 속에서 핍박받아온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그동안 활동해온 의지와 노력을 모아 당당하고 떳떳이 싸워나갈 것이며 진실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이하 100인위)가 지난 9일 철학까페 느티나무에서 KBS노조 강철구 부위원장의 성폭력 사건 전면부인과 명예훼손 고소에 대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을 전후하여 운동사회 내에서는 1차 공개 이후 간헐적으로 제기된 100인위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가속화하고 있다.
100인위 활동에 대한 평가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가해자 실명공개’라는 운동 방식이다. 이 때문에 100인위는 현재 KBS노조 강철구 부위원장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당하여 지난 10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1차 실명공개 이후 진보넷 게시판에는 “객관적 사실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남성을) 가해자로 규정하고 공개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여성활동가 L씨도 “(가해자)본인에게 해명기회도 주지 않고 실명을 공개하는 방식은 100인위의 활동의 정당성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결국 비난의 화살을 받게 한 원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시사평론가 O씨는 “원칙적으로 좋은 운동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일종의 ‘기울기의 기울기’전략”이라며 “그들을 비난하기 이전에 그런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성차별구조와 관습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C씨도 “실명공개는 피해여성들의 ‘자구노력’에 해당한다”면서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본지가 네티즌을 상대로 ‘100인위의 성폭력 가해자 실명 공개에 대한 의견’에 대해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자료 신뢰하며 공개찬성’이 전체 316명 가운데 45.57%(144명), ‘자료 보충 요구되나 공개찬성’이 40.19%(127명)에 달하는 등 네티즌들이 실명공개에 방식 절대적으로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100인위 측은 “처음부터 각오했던 일”이라면서 “실명공개는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100인위는 또 “우리의 방식이 잘못됐다면 총선연대의 활동도 마찬가지가 아니냐”며 “3차에 걸친 성폭력 가해자 실명공개를 통해 여성에게만 불리한 룰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잣대와 허위의식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100인위는 이후로도 가해자 실명공개를 원칙으로 100인위 회원 전체의 공동책임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100인위는 일부 회원들의 탈퇴를 둘러싼 주변의 부정적 추측에 대해 이들의 탈퇴는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것이지 100인위 조직과 관련한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또 최근에는 강철구 사건과 관련하여 2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상태이며, 오히려 100인위 가입회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에 대해 여성학자 H씨는 “100인위 역시 피해자”라며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내부지침도 없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직보위의 논리를 앞세워 사건을 축소하기에 바쁜 조직 문화 속에서 피해자의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100인위의 운동 방식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이들의 가해자 실명공개가 성폭력에 대한 개념을 확장했고, 이를 계기로 은폐되기 쉬운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성폭력 사건이 친고죄이고 공소시효가 1년에 불과해 피해 여성을 구제하기에는 미흡하기 때문에 성폭력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공감대를 확산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한 언론사 발행인은 “운동 사회의 이중적이고 남성중심적인 관행에 일침을 가했다”면서 “100인위의 발표 이후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음주습관에 경각심을 갖고 여성에 대한 태도를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학자 K씨도 100인위의 활동이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선뜻 문제제기 할 수 없었던 성폭력 피해여성들에게 용기를 주었다”면서 이제 100인위의 성과를 이어받아 여성계 전체가 성폭력특별법 개정운동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