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7개 여성단체들이
KBS노조부위원장 강철구의 적반하장격 명예훼손고소에 대한
검찰조사를 하고 있는 서울지검 남부지청장 앞으로 발송한 의견서입니다.

피해자 신원보호를 위하여 성명은 삭제하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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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일자 : 2001. 4. 17
수 신 : 서울지검 김진관 남부지청장
제 목 : KBS 강철구의 명예훼손 고소(2001형제10825)와 관련한 의견서 제출


1. 안녕하십니까?

2. 본 단체들은 여성의 인권 보장과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여성단체입니다.

3. 우리 사회에 만연된 성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본 단체들은 현재 귀 지청의 이재헌 검사가 담당하고 있는 KBS 강철구의 명예훼손 사건(2001형제10825)에 대해 별첨과 같은 의견서를 제출하는 바입니다.

4. 검찰에서는 성폭력과 관련된 사건을 수없이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귀청에서 수사하고 있는 당 명예훼손사건은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건으로, 향후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귀 검찰이 이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여 여성의 인권이 존중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요청합니다.

5. 감사합니다. 끝.

<별첨> 성폭력 가해자 실명 공개로 고소된 명예훼손사건(2001형제10825)에 대한 의견서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최상림(직인생략)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최영애(직인생략)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대표 이철순(직인생략)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지은희,신혜수,이경숙(직인생략)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은방희(직인생략)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정강자,김상희,이경숙(직인생략)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공동대표 신혜수,이재희,이승렬,이문자(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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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자 실명 공개로 고소된
명예훼손 사건(2001형제10825)에 대한 의견서


본 사건은 현재 KBS 노동조합 부위원장인 강철구가 자신들을 성폭력했다고 주장한 피해자1, 피해자2와 이 사실을 인터넷에서 실명공개한 '운동사회내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를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2월 26일 고소한 건입니다.

이 사건을 접한 본 여성단체들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으며 그 상처를 치유받아야 할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오히려 피의자가 되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는 우리 사회 여성들의 현실에 참혹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1. 사건의 경과

고소인 강철구(이하 강철구)는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노동조합의 피고용인이었던 피고소인 피해자1과 피해자2(이하 피해자1, 피해자2)에 대해 자신의 직위와 평소의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성폭력을 하였습니다. 몇년전에 일어났던 이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입니다. 지난해 10월 피해자1, 피해자2는 노동조합 선거에 강철구가 부위원장으로 출마한다는 것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껴 사건을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노조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였고 중앙위원회에서는 '경고'를 내린 바 있습니다. 강철구는 경고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으나, 노조 선거 과정에서 노동조합 간부들을 비롯한 주변인들이 2명의 피해 여성들에게 사건을 조용히 덮을 것을 종용하고 압박했었다는 것은 성폭력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 다른 여성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된 피해자1과 피해자2는 조직 내부에서는 더 이상 해결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자신들이 당한 성폭력 사실을 '운동사회내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이하 100인위)에 알렸고, 100인위는 2001년 2월 19일 인터넷을 통해 이 사건을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2.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

성폭력은 단 둘이 있을 때 대부분 일어나기 때문에 증인과 증거를 마련하기 어렵고 이러한 성폭력의 특수성을 이용하여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를 적극 부인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다보니 왜 기억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침묵했나? 지금에 와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 저의가 무엇이냐라며 피해자들이 오히려 공격을 당하기 쉽습니다.

피해자1의 경우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 빌미가 되어 그의 진술 전체가 부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성폭력이 일어난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성폭력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에 처하면 극단적으로 무력감에 빠져 한동안 그 상황에 대처하려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의 판단능력에 회의를 느끼기까지 합니다. 특히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성폭력은 그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고, 그 충격은 사실 자체를 애써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것으로 나타나 세세한 사실 관계를 잊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왜 5, 6년 전의 사건을 이제 와서 드러내는가 하는 것에 대해 강철구는 음해, 음모라며 피해자1, 피해자2의 뒤에는 배후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성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무시하거나 가해자를 피하는 것으로 초기의 자구노력을 보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것은 성폭력 사건을 제기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소 등의 직접적인 대응을 했을 때 해결 가능성도 불분명하여 위험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맺어온 인간관계가 깨지고 문제제기를 한 피해 여성이 질서를 파괴한 것으로 매도당하여 주위 사람들이나 조직으로부터 적대적인 반응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노동조합 간사로서 운동사회의 일원이었던 2명의 여성들이 갖는 부담감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컸을 것입니다.

피해자1은 처음에는 강철구가 부산에 있으므로 서로 마주칠 일이 없다는 생각에 덮어두고 스스로 치유하려 했으나, 이후 다른 피해자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강철구가 상습범임을 알고 분노를 더욱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뒤늦게 성폭력 사실을 공개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강철구가 KBS 노동조합의 부위원장으로 출마하게 되면서입니다. '성폭력 가해자'가 노조 부위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최소한의 권리 회복과 또 다른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해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특히 피해자2의 경우는 강철구가 당선될 경우 상급자로서 오게 된다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현재 강철구는 자신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음모, 음해, 배후설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피해자1과 피해자2가 얻을 것은 무엇인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1과 피해자2는 이미 철저히 난도질을 당하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당시 상황을 진상조사라는 이름으로, 검찰의 수사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반복하며 낱낱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의혹과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거기다 형사상의 피의자로 몰려 있고, 민사상으로는 피고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고통 속에서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피해자들이 성폭력 사건을 KBS 외부로 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피해자1, 피해자2는 자신이 당한 성폭력에 대해 KBS 외부에 알린 것은 불가피했다고 봅니다. 형법상 공소시효가 넘었고, KBS 노조 자체 내에서 해결하려 했으나 강철구가 부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 '경고'라는 미흡한 조치로 끝났고, 거기다 성폭력 피해자로 거론되었다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강철구와 상의하여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였기 때문입니다.
피해자1, 피해자2가 외부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면 성폭력 사실은 묻히게 되고 그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음으로 인해 KBS 노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두 피해 여성들은 문제제기를 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불이익을 받았을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4. 공익적 차원에서 본 성폭력 가해자 실명공개의 사회적 의미

성폭력문제는 결코 사적인 문제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거기다 가해자로 지목된 강철구는 KBS노조 부위원장으로 사회적으로 공인의 신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00인위의 실명공개는 피해여성들의 자구노력을 지원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된 성폭력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 공익적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사회·노동단체의 역할과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조직과 구성원들의 의식과 행동의 건강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 확보, 언론의 민주화, 사회의 민주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KBS 노동조합 역시 이러한 사회적 기대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를 받고 있는 조직의 구성원이 성폭력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철구와 KBS노동조합은 그 조직의 부위원장이라는 이유로 성폭력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방하고 있는 것에 대해 100인위가 반성폭력운동의 일환으로 이 사건을 알린 것이기 때문에 결국 공익적 차원의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감한 수많은 단체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원활동을 하고 있고, 본 여성단체들도 100인위의 문제의식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100인위의 활동은 결코 강철구 개인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진 것은 아니고, 성폭력문제가 제기될 때 피해 여성들이 사회에서, 법정에서 또다시 제2의, 제3의 피해와 불이익을 받게 되는 우리 사회 여성들의 인권 보호에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5.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는 검찰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피해자1, 피해자2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 있는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당한 부당한 성폭력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소외되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성폭력의 특성상 증거와 증인 마련은 대단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이 일어났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피해자들은 성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에 의심을 받으며 검찰의 조사과정은 성폭력 피해자의 심판장이 되기가 쉽습니다. 이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는 수사와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자기혐오감, 사회에 대한 피해의식, 사회에 걸었던 기대와 신념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검찰은 성폭력을 당하고도 오히려 명예훼손 혐의로 피고소인의 입장이 되어버린 성폭력 피해자들의 억울한 상황, 피해여성들이 당한 성폭력을 대사회적으로 알려내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건을 공개한 100인위의 공익적인 활동 취지를 참작하여 명예훼손 고소사건을 무혐의 처리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