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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20 10:21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委’ KBS노조간부의 성폭력 공개
작년말 진보진영의 성폭력 사례를 실명과 함께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던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가 19일 KBS노조의 K씨를 "자신의 직위와 평소의 친분관계를 악용하여 강간 미수 및 성추행을 저질러 왔다"고 밝혀 또 한번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100인위는 이날 진보넷(자유게시판)에 K씨의 성폭력 사례를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전격 공개하면서 "가해자(K씨)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사건 해결을 요구한 이후에도 기자 출신인 자신의 인맥과 권력을 악용하여 피해자들에게 갖가지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으며, 공공연히 피해자들에 대한 허위소문을 퍼뜨려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피해자들을 더욱 큰 고통으로 몰아갔다"고 비난했다.
이어 100인위는 "노조도 피해자들의 사건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어떠한 잠정적 조치도 없이 잘못된 판단에 근거해 대응하였고, 진상 조사 이후에도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경고"라는 터무니없는 징계를 내리는 등 올바른 해결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노조가 '가해자 봐주기'로 일관했다고 함께 비난했다.
100인위가 조사해 공개한 K씨의 성폭력 사건은 95년 피해자1 사건과 97년 피해자2 사건 등 2건(모두 여성)이다. K씨와 KBS노조에서 전임자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피해자1은 지난 95년 8월경 부산에 있던 K씨가 “한번 놀러오라”고 해 부산에 내려가 함께 술을 마신 게 화근이었다. K씨는 “숙소를 잡아놨으니 편히 쉬었다 올라가라”며 피해자1에게 호텔방을 잡아 안내해준 뒤 다시 양주를 들고 찾아와 술을 권했다고 한다.
몇 잔의 술을 마신 K씨는 피해자1을 끌어안고 강제로 키스를 하고 옷을 벗기려 했으며 “괜찮아”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강간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에 피해자1은 거세게 저항해 K씨를 밀쳐내고 문 밖으로 쫓아내 위험을 모면했다고 한다. 피해자 1은 다음날 새벽 곧바로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피해자1은 진술서에서 "그동안 혼자서 삭이며 시달렸던 죄책감과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만 가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어떤 형태로든 풀어내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다"며 "또 가해자가 가식과 허위에 가득 찬 이중인격을 가진 인물이며, 치졸하기 이를 데 없는 범법자란 사실을 알려야 했다"고 100인위에 자신의 성폭력 사건을 고발한 배경을 밝혔다.
다음은 97년 3월에 발생한 피해자2의 사례. 피해자1과 마찬가지로 K씨와 업무상 친분관계에 있던 그녀는 부산 여행도중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K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동석한 여성활동가가 자리를 잠시 비우자 K씨는 피해자2에게 강제로 키스하고 가슴을 만지고 손을 옷안으로 집어넣으려 했고 "피부가 탱탱하다"고 말하며 피해자2의 바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린 뒤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는 것. 이에 격렬히 저항하던 중 여성활동가가 자리로 돌아오자 K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며 딴청을 부렸다는 게 피해자2의 주장이다.
두 명의 피해 여성은 사건 당시부터 몇 년 동안을 자신들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억울해 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를 꺼려오다, 2000년 10월 K씨가 KBS노조 8대 위원장 선거에서 한 후보의 진영으로 출마할 예정임을 알게 되면서 용기를 내 K씨의 성폭력 행위를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피해 여성들은 그 해 10월말 노조 상임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자신들의 성폭력 피해 내용을 진술하고 "K씨의 출마를 용납할 수 없으며 조합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뜻은 쉽게 관철되지 못했다고 한다. 100인위는 "피해자를 찾아온 한 간부가 '이 건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서 접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 '나라면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안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해 피해자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100인위는 "심지어 가해자는 사실을 날조하여 피해자 2인을 명예훼손과 협박혐의로 고소한 후 자신의 선거 출마를 용인받기 위한 협상카드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100인위는 "노조에서 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하기 전인 11월 7일 밤 가해자 K씨와 L씨, 기자협회 간부인 B씨는 피해자들을 찾아와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한번만 용서해 줘라, 선물주는 셈 쳐라'는 등의 말로 통사정, 피해자들은 '이 사건이 선거에 악용되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해주었다"면서 "그러나 피해자들은 그 후 '피해자들이 잘못을 시인했다'는 악의적인 소문에 다시 시달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가해자 K씨가 소속된 후보 진영은 당선됐고 12월 12일 열린 노조 중앙위원회에서 이 사건이 회부된 가운데 K씨는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경고조치'를 받게 됐다고 한다.
100인위는 "강간 미수 및 성추행 등 명백한 성폭력사건을 경고 처리하고 일체의 조사 내용을 비밀에 붙임으로써 조직을 믿고 오랫동안 고통을 참고 기다린 피해자들의 피나는 노력을 모두 무위로 돌려버렸다"고 주장했다.
100인위는 "K씨는 경고조치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 징계를 거부했고 지금까지도 가해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면서 "아무런 가책없이 부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자주 토하며 장염과 고열로 시달려 병원에 다니는 등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2는 "나는 K씨가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폭행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었다"면서 "노조 고위 간부도 '같이 있다가 성추행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는 식의 농담을 당사자인 내가 있는 자리에서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으로 인해 나는 성추행의 피해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받고 내가 소속한 곳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서러워 몇 번을 울고 또 울었다"는 그녀는 "이번 사건이 빨리 정리돼 K씨에게 피해받은 사람들이 모두 억울함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K씨는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KBS를 떠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1도 "성폭행 사실을 공개한 지난해 10월 이후 나는 하루하루 잠드는 것이 쉽지 않고, 밤에도 문득 깨어 분노에 떨며 잠을 설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정상적인 일상을 회복해 모든 일을 잊고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갈구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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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진 <동아닷컴 e포터> jinwoopoe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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