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집행부의 용단을 촉구합니다

때론 놀라웠고, 때론 믿을 수 없었고, 때론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여기 저기 귀동냥도 하면서 그 동안 참을성 있게 지켜봤습니다. 사측을 상대하면서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노조를 사원들이 공박하는 꼴이 돼서는 자칫 노조의 발목을 잡는 노-노 갈등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고, 또 어부지리를 노리는 세력들만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도덕적이기를 바라는 노조의 도덕성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현 집행부의 가야 할 길이 선명하게 보이질 않습니다. 산적한 현안에 대해 뚜렷한 대안을 만들어 그야말로 시원한 비전을 제시해도 모자랄 노조 집행부가 자기 앞가림을 하기에도 급급한 현재 모습이 참으로, 참으로 답답할 따름입니다.

음모론이 창궐한다고 하지만 그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자기 몸을 가볍게 해야 할 책임이 어디 우리 노조원들의 몫이던가요?

안타까운 마음으로 용단을 촉구합니다. 안팎에서 내몰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더 이상 노조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는 것이 저희 기자들의 판단입니다.

때 늦은 감이 있습니다. 그 어느 구석에 아직 영예롭게 퇴진할 여지가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좀 늦었다 싶어도 어쩌겠습니까?

2001년 5월 16일
KBS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