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성폭력’ 100인위 2차공개
- KBS노조부위원장 강철구 ‘경고’ 조치
피해자 보호·가해자 징계 등 최소한 기본원칙조차 실종
지난달 19일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이하 100인위원회)가 2차로 KBS노조부위원장 강철구 성폭력 사건을 공개했다. 피해자들이 KBS노조측에 사건을 공개하고 진상조사위를 구성했으나 강씨는 현재 ‘경고’ 조치만을 받은 상태이고, 본인 강씨는 강간미수 및 성추행 등 가해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노조전임자 임기를 끝내고 부산으로 내려가 활동하던 지난 95년 8월경, 강철구는 과거 부하직원으로 허물없이 지내던 피해자1을 불러내 술을 마신 뒤 숙소로 안내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10여분 뒤 양주를 들고 다시 찾아와 술을 권하고, 여러 차례 강간을 시도했으나 피해자1의 격렬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또 97년 3월경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던 강철구는 과거 친분이 있던 피해자2가 다른 여성활동가와 부산으로 여행왔을 때 저녁식사와 술자리를 함께 한 후 2차로 단란주점에 갔다. 거기서 강씨는 다른 여성활동가가 잠시 자리를 뜨자 피해자2에게 강제로 키스하고 옷 속으로 손을 넣는 등 성추행 했다. 피해자2가 격렬히 저항하던 중 동행하던 여성활동가가 자리로 돌아오자 강씨는 추행을 멈추었고, 이후 동행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성추행이 반복되었다.
피해자들은 과거 친하게 지냈고 신뢰하던 동료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충격과 분노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지만 즉각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작년 10월 중순 강씨가 KBS 노조 8대 위원장 선거에 부위원장으로 출마할 예정임을 알게 되자 노조에 사건을 공개, 강씨의 부위원장직 출마를 용납할 수 없으며 조합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강씨는 가해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배후가 의심스럽다’며 배후설과 음모설을 퍼뜨리는 한편 피해자들을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노조측은 11월 9일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강철구 조합원 성추행 의혹과 명예훼손 고소에 관한 진상조사위원회’ 결성을 결정하고 11월 10일부터 한 달간 조사에 들어가 이틀 뒤 최종보고를 하였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의 조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선거가 치러져 11월 30일 강철구는 부위원장직에 당선되었다. 진상조사를 보고 받은 중앙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경고’로 징계내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당시 강씨는 ‘경고’ 조치마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징계를 거부하였고 지금까지 가해사실을 전면 부인한 채 여전히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00인위는 “피해자들이 노조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한 후 난무한 배후설·음모설 등 악의적 소문과 ‘중재’를 빙자한 주변인들의 사건 무마 시도, 노조위원장 선거 시기 등을 이유로 들어 문제제기를 무력화하려는 조직 보위의 논리 등은 성폭력 사건을 묵인·방조·조장해왔던 운동사회 성폭력의 전형적 양상을 보여준다”고 이 사건을 바라보았다.
또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기본조치인 피해자 보호, 가해자 사과 및 징계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00인위는 피해자의 요구안을 중심으로 각 시민단체에 공동대책위원회를 제안하여 현재 몇 개 단체가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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